진달래 피면 생각나는 사람
봄비가 내리는 오늘은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이다. 이 시기는 봄꽃들이 만발하여 우리의 움츠린 마음을 화사하게 감싸주고,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진달래는 3월말부터 개화하여 온 산을 연분홍 옷으로 갈아입는다. 2007년도 강화도 해병부대에서 군 장병 상담을 하고 있을 때 상담실 바로 옆에 고려산이 있었다. 4월이 되면 온 산이 진달래꽃으로 덮여 겨울 내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었다. 올해도 활짝 핀 진달래꽃을 보면서 당시 부대 지휘관이었던 예비역 신홍규 대령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진 후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에서 잊혀져간다. 그중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힘들 때 활력이 되고 살아온 내 삶에 위로가 된다. 당시 해병강화연대는 강화도, 석모도, 교동도, 주문도, 서검도, 말도 등 생활환경과 교통편이 열악한 섬으로 충성심이 강한 해병대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민간전문상담관으로 3년째 근무를 하고 있었고 그해 연대장으로 부임하셨다. 그는 사관학교시절 축구 선수로 우람한 체구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해병대 지휘관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겸손한 모습으로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적인 지휘관하고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강화도 고려산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 할 무렵 현안 업무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연대장님! 제가 엉뚱한 제안을 한 가지 하려고 합니다 만...’ ‘상담관님! 그게 무엇인가요? 궁금한데 말씀해 보시죠!’ ‘올 해 고려산 진달래 축제 기간에 장병들이 꽃구경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봄 소풍은 훈련이 아닌 가벼운 복장에 김밥과 좋아하는 다과를 갖고 생활관단위로 놀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휘자의 핸드폰으로 정상에서 진달래꽃 배경으로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어 부모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송해 주는 것이지요, 가능하다면 강화 군청에 협조하여 강화도 홍보 책자와 기념품도 주면 더욱 좋겠고요.’ ‘우리 연대 장병들은 긴장감 속에서 외로움과 힘든 근무환경에서 말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장병들의 긴장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 주고, 전우들과 멋진 추억도 남기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역사의 고장인 강화도를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끼게 하고, 걱정하는 부모에게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당시의 부대 관례로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 이었는데 연대장은 기꺼이 받아 주었고, 참모회의를 거쳐 각 부대에 지시하여 행사진행을 하셨다. 빨간 해병대 추리닝에 운동모자를 쓰고 진달래가 만개한 고려산 능선을 오르는 장병들과 꽃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었다. 힘들다는 해병대에 아들 보내놓고 하루도 마음 편히 잠을 못 이루는 부모는 화사한 모습의 아들사진을 보고 마음이 놓이며 해병대에 대한 믿음으로 다가왔으리라. 지금도 연분홍 진달래꽃을 보면 고려산 자락을 오르는 장병들의 모습이 아련한 추억으로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14년이 지났지만 당시를 생각해보면, 엄격한 규율을 중시하는 군대도 지휘관의 역량과 사람 중심 지휘철학에 따라 장병들의 군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정형화 된 일상에서 답답해하는 병사들에게 그 날의 봄 소풍은 의욕과 희망을 선사해 신바람 나는 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교훈도 얻게 되었다. 연대장은 보직을 마치고 해병대 최초로 리더십센터장을 역임 하셨고, 코칭리더십 분야 전문가로 현재는 광주의 모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SNS를 통해 알게 된 최근 근황은 ‘전남지역 청년대학생에게 리더십 멘토링’을 진행하며,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3년 후에는 말레이지아 선교 활동을 하겠다는 멋진 포부를 전해 주었다. 영원한 해병인 연대장 신박사의 비전이 많은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리라 기대한다. - 최 상 용, 새미래 뉴스 대표. 꿈 설계 & 실버 케어 전문가 -
* 새미래 뉴스 : http://www.semir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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